지난 12일 안동일 현대제철(004020)사장은 현대제철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행사는 충남 당진제철소 인근에서 열렸지만, 안 사장이 말한 투자 대상은 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수소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철강 수요의 핵심인 자동차·조선 등 전방 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진 가운데 그동안 허리띠 졸라매기에 주력해온 현대제철이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기존 철강 사업보다 수소 사업 확장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강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그간 현대제철은 신사업 육성보다는 재무 개선을 통한 ‘군살 빼기’로 대응해왔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받았고, 코로나가 겹친 올해는 단조사업부문 분할, 강관사업부·잠원동 사옥 매각, 중국법인 인력 조정 등을 진행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올해 2분기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허리띠 졸라매기 덕분이지, 체질 개선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외형 축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6.2% 감소한 4조113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다지만(전년대비 94% 감소한 140억원),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당기순이익은 129억원을 손해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수소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현재 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3500t(톤) 수준으로 수소차 약 47만대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인데, 이를 추가 투자를 통해 최대 3만7200만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안 사장은 지난 1월 철강인 신년 간담회에서도 "철강 산업의 시황이 좋지 않아 저수익 제품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수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업 재편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16년 약 500억원을 들여 수소공장을 지은 현대제철은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생(副生) 수소의 일종인 코크스가스를 주로 이용해 수소를 만들었다. 부생 수소는 공장의 생산 공정 특성상 그냥 생기는 수소라 생산 단가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철강 공정에서 나오는 코크스가스는 수소 함량이 57% 정도로 낮아 이를 수소차 충전에 쓸 수 있을 정도인 순도 99.999%로 정제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든다.
이에 현대제철은 ‘친환경’을 택했다. 고로가스(BFG·Blast Furnace Gas)나 전로가스(LDS·Linze Donawitz Gas) 등 그냥 두면 버려질 폐가스를 재활용해 수소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고로가스는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고 쇳물을 만들 때 고로에서, 전로가스는 강철을 만드는 제강 과정에서 전로(轉爐)에 있는 용선과 산소가 반응해서 생긴다.
생산한 수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송산 2산단 내 생산과 유통을 목적으로 한 수소 콤플렉스(Complex)도 구축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곳에서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등과 협업해 수소 전기 상용차 개발과 사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신재생 발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대차그룹 내 협업을 통한 연료전지 발전시스템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소 산업 집중 투자는 현대제철이 외형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익 증대를 노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여전히 수소차 인프라가 미미하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등 과제가 남아 있어 확실한 수익을 올릴 때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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