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매매값 '급등'
20년 이상된 아파트, 5억→6억 껑충
중소형 아파트 줄줄이 5억원 돌파…"대출도 어려워"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현대3차 아파트. 5억원 이하의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치솟는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서울 서민들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을 비롯해 중랑구 등 외곽지역에서 노후된 아파트값 마저도 5억원을 웃돌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20년 이상된 아파트도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상승열차를 탔다. "집값이 오르겠다"는 기대감보다는 "갈 곳이 없다"는 위기감에 매수세가 늘고 있다. 상대적 저렴한 아파트라도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민들이 살 곳이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문한 면목동의 A공인중개사무소의 중개업자는 1990년도에 건축된 용마한신1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82㎡의 매물이 5억7500만원에 올라와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매물들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4억원 후반에서 5억원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6억원에 가까운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며 "최근 3개월 사이에 가격이 많게는 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11월 둘째주(9일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11월 둘째주(9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체적으로 0.02% 상승했다. 그 가운데 중에서도 중저가 단지가 모여있는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값의 오름폭이 컸다. 중랑구는 일주일 사이에 0.03%에서 0.04%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확대됐다. 면목동 일부 중저가 단지가 중랑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강북구(0.04%)와 노원구(0.03%)도 저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갭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내 집 마련을 망설이다 높아진 집값에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A공인중개사는 "올해 초에는 계약금 5000만원만 들고 오면 집을 보고 바로 계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도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면 오겠다고 돌아간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용마한신2차 아파트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집값 5억원'은 정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상품의 상한선이다. 5억원 이하의 주택이어야만 디딤돌 대출이나 신혼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서울 외곽에서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의 힘도 빌리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7000만원) 이하, 순자산 3억91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5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최대 2억원 한도로 신청 가능하다. 신혼 디딤돌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5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2억2000만원까지 신청 가능한 상품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고 70%까지 연이율 1∼2% 저리로 빌릴 수 있다.
현장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장이 안정화 되지 않는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한번 전세매물이 들어가면 매물이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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